화장품 파는 핫플 약국 출현
드럭스토어의 부재, 그 이후
올리브영, 그 이름은 이제 우리 일상의 일부가 되었지만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낯선 정체성을 표방했죠. '한국형 드럭스토어'.
드럭스토어는 20세기 초 미국에서 탄생한 업종입니다. 약국과 편의점이 결합된 형태로, 약품, 화장품, 간단한 식료품을 판매하는 원스톱 헬스케어 공간이었죠. 하지만 한국에서 드럭스토어는 다른 방향으로 진화했습니다. 화장품이 훨씬 높은 수익성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올리브영은 '헬스앤뷰티숍'으로 방향을 전환합니다. 사실상 화장품 편집숍으로 자리매김했죠. 본래 의미의 드럭스토어는 한국 땅에서 사라졌습니다.
2025년, 강남에 한 공간이 등장했습니다. 140평 규모, 1층과 지하 1층으로 구성된 이곳은 약국이면서도 약국 같지 않은 공간입니다. 옵티마웰니스뮤지엄약국(OWM). 일반의약품, 건강기능식품, 영양제, 화장품에 뷰티 디바이스까지 취급하며 '웰니스, 비포 일니스(Wellness, Before Illness)'를 외칩니다. 어쩌면 한국에서 사라진 드럭스토어의 진짜 의미가 여기서 부활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
|
|
큐레이션 드럭스토어
1. 성분 중심 큐레이션
OWM의 핵심은 '효능 중심 큐레이션'입니다. 업종 관련 제품을 모두 갖춰 놓은 게 아니라, 큐레이션에 의해 선별된 제품만 있다는 점입니다. 1000여 명의 약사 네트워크가 추천한 제품을 브랜드가 아닌 성분과 효과로 제품을 분류, 배치해 놓았어요.
1층에 들어서면 갤러리 같은 분위기 속에 눈에 띄는 건 아크릴 케이스 속 실물 알약입니다. 설명서를 꺼내 읽지 않아도, 알약의 크기와 두께, 색깔을 직접 확인할 수 있죠. 지하 1층으로 내려가면 성분 중심 큐레이션의 진짜 모습이 드러납니다. 콜라겐과 비타민C, 시카 같은 스테디셀러 성분부터 PDRN, 글루타치온, EGF 같은 핫템 성분, 그리고 트라넥삼산처럼 막 주목받기 시작한 신흥 강자까지. 모든 제품이 성분을 기준으로 정렬되어 있습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건 트라넥삼산입니다. 원래 지혈제로 사용되던 성분이었지만 멜라닌 생성을 억제하는 효과가 밝혀지면서 기미와 색소침착 개선 성분으로 급부상했죠. 하이드로퀴논보다 자극이 적으면서도 효과가 우수해 민감성 피부에도 적용 가능하다는 게 장점입니다. OWM에는 트라넥삼산 4% 고함량 크림부터 펩타이드와 결합한 복합 제품까지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어, 소비자가 자신의 피부 상태에 맞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
|
|
2. 바르고 먹는 뷰티 쇼핑
이 성분 중심의 큐레이션은 전통적 VMD를 완전히 바꾸어놓았습니다. 대부분 화장품 편집 매장에 가면 스킨케어, 바디케어, 메이크업 이런 식으로 진열되어 있는데 반해, OWM은 바르는 화장품과 먹는 화장품을 나란히 배치했어요. 예를 들면 콜라겐 크림 옆에 먹는 콜라겐 영양제가 있고, 비타민C 세럼 옆에는 비타민C 이너뷰티 제품이 자리합니다.
이런 구성의 효과는 명확합니다. 소비자는 피부에 바르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걸 자연스럽게 인지하게 되고, 안팎에서 동시에 케어하는 인사이드 아웃(Inside-Out) 뷰티의 중요성을 체감하게 됩니다. 뷰티 루틴이 겉과 속을 아우르는 정교한 웰니스 루틴으로 확장되는 경험입니다.
|
|
|
3. 화장품과 디바이스의 전략적 결합
OWM은 화장품의 사용 방식 확장도 영리하게 유도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디바이스를 판매하는 가장 스마트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떤 화장품을 소개하며, 그 화장품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이 디바이스를 사용하면 좋다는 식의 유도책이랄까요?
화장품 존에는 다양한 뷰티 디바이스가 배치되어 있습니다. 세라마이드 세럼 옆에는 피부 장벽 강화에 도움을 주는 저주파 기기가, 비타민C 앰플 옆에는 이온 도입기가 놓여 있죠. 제품 설명 카드에는 "이 성분은 이온토포레시스로 흡수율을 높이면 더욱 효과적입니다" 같은 팁이 적혀 있습니다. 그러면 소비자는 화장품을 고르다가 자연스럽게 디바이스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고, 실제로 매장에서 체험까지 가능하니 구매 전환율이 높아질 수 있겠죠? 테크뷰티 시대에 OWM은 단순히 제품을 파는 게 아니라, 제품과 디바이스의 시너지를 제안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
|
|
4. 체험하고 구매하는 퍼스널 웰니스
OWM의 뷰티는 감이 아닌 데이터에서 시작됩니다. 이곳에선 방문객이 피부와 건강 상태를 진단받을 수 있어요. 스마트 측정 의료기기를 통해 체성분 분석, 스트레스 지수 측정 포함 피부 수분도, 밸런스, 탄력 등 피부 상태 측정이 가능합니다. 피부 수분도가 30%밖에 안 나온다는 걸 확인한 소비자가 히알루론산 세럼과 세라마이드 크림을 집어 드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었죠.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측정 → 분석 → (상담 추천) → 구매'라는 체계적인 프로세스 속에 위치시킴으로써, 소비자들은 좀 더 객관적이고 현명한 소비를 하게 돼요. 체험을 통해 구매의 신뢰도와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식입니다.
입구의 전시존도 이런 경험 중심 전략의 일부인 듯 보였어요. 가챠 뽑기 기계, '숨' 프로젝트와 협업한 머그컵과 티셔츠 같은 굿즈까지. 약국 방문을 하나의 문화 경험으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느껴지죠. 실제로 외국인 관광객의 발걸음이 늘고 있다고 해요. 강남의 새로운 웰니스 관광 명소가 되고 있는 셈입니다.
|
|
|
헬스앤뷰티숍, 과연 미래는
올리브영이 리빙업종에서 설계한 헬스앤뷰티숍이라면, 옵티마웰니스뮤지엄약국은 의약 업종에서 설계한 헬스앤뷰티숍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하나는 뷰티를 향해 달려가다 헬스를 잃었고, 하나는 헬스에서 출발해 뷰티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과연 이들의 미래는 어떻게 바뀌게 될까요? 올리브영이 다시 약국을 품을까요? OWM이 전국으로 확산되며 새로운 드럭스토어의 표준이 될까요? 아니면 전혀 다른 제3의 모델이 등장할까요?
|
|
|
트렌드/시사
산업/정책
- “화장품 수출 2강 도약” 정부, K-뷰티 수출 전략 가동. 중기부·복지부가 ‘K-뷰티 수출 성과 제고 및 확산’ 종합대책을 발표했어요.
- 고체 기능성 화장품 시대 열린다…식약처 규정 개선. 기능성 화장품 제형에 고체제형을 포함하는 개정안을 행정 예고했어요.
- 워터리스 뷰티, 효능으로 말하다. 민텔은 효능 마케팅을 앞세우고, 무수 제형의 장점을 강조해야 한다고 제언했어요.
- 2026년 새해, K-뷰티는 어디에 깃발을 꽂을까…주요 전시회 일정 공개. 중동‧인도 등 신흥시장 전시회가 주목받고 있어요.
- 엘르, 2025년 뷰티 트렌드 결산, 올 한 해 뷰티 업계를 뜨겁게 달군 키워드 8. 하이브리드 파운데이션, LDM디바이스 등이에요.
- 2026 미국 뷰티 시장 트렌드, K-뷰티 3.0과 스키니멀리즘의 확산. K뷰티는 참신함에서 기술 기반 스킨케어 솔루션으로 변화 중.
- "3900원 핸드크림·8900원 틴트밤" 가성비 뷰티 시장 커진다. 무신사, CU에서 화장품 신상품 출시 및 뷰티 특화점을 확대해요.
- 화장품 속 ‘영원한 유해물질’…과불화화합물(PFASs), 규제 강화 시급. 해외는 전면금지를 속속 도입하는 중이에요.
- K-뷰티, UAE에서 제2의 도약을 시작하다! 지난 10월 말 두바이에서 개최된 ‘뷰티월드 미들이스트 2025’ 리뷰를 소개해요.
- “프라이빗 라벨, 미국 유통의 핵심 전략으로 부상”… PLMA 2025 현장을 가다. 프라이빗 라벨은 유통업체 자체 브랜드를 말해요.
|
|
|
슬슬라잎으로 전해주세요
(홍보, 광고, 행사, 협업 등)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