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가장 뜨거운 이름,
에이피알로부터 배우는 K-뷰티의 미래
뷰티 지형도에는 거대한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명동'이 화장품 쇼핑의 메카였다면, 현재의 주인공은 단연 '성수'입니다. 성수는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곳을 넘어, 브랜드의 철학을 심고 고객의 반응을 살피는 '거대한 실험실'이자 '브랜딩 플랫폼'이 되었죠. 그 한가운데서 지금 가장 뜨거운 이름-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의 시가총액을 넘어서며 뷰티 업계 1위에 오른 에이피알입니다. 이 회사의 감각을 가장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장소, 메디큐브 성수 플래그십매장을 찾았습니다.
전형적이지 않은 화장품 매장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아, 이곳은 다르구나' 싶었습니다. '예쁜 매장'이라는 수식어보다는 '잘 설계된 쇼룸'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려요. 공간은 과하지 않게 절제되어 있고, 동선은 놀라울 만큼 명확합니다. 화이트와 실버 톤으로 정제된 인테리어는 메디큐브가 지향하는 '메디컬 기반의 전문성'을 시각적으로 완벽하게 보여주고 있었어요.
1층 중앙엔 커다란 작품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그 주변으로 에이피알의 콜라보 한정판 제품들과 베스트셀러가 전시되어 있었어요. 흥미로운 건 플랫폼별, 국가별로 구분되어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틱톡 베스트셀러, 아마존 베스트셀러, 미국·일본·글로벌·중국·한국 각 나라별 1, 2, 3위. 이 배치는 '에이피알은 글로벌 브랜드다'라는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동시에, 방문객들에게 제품 선택을 쉽게 만들어주는 영리한 장치였어요.
2층으로 올라가니 에이피알의 브랜드 세계가 본격적으로 펼쳐집니다. 메디큐브, 에이프릴스킨, 그리고 에이지알까지 섹션별로 깔끔하게 나뉘어 있었어요.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에이지알(디바이스)을 공간의 중심에 둔 구성이었습니다. 화장품이 주연이고 디바이스가 조연인 전통적인 구도가 아니라, 홈케어 기기가 하나의 독립된 주인공으로 당당히 자리하고 있었어요.
솔직히 이렇게 직관적이고 한눈에 들어오는 VMD는 드물어요. 다른 플래그십 스토어들은 넓은 매장에 제품들이 오밀조밀 가득 차 있어서, 뭐부터 봐야 할지, 내가 원하는 걸 찾을 수 있을지 한눈에 파악이 안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하지만 에이피알 성수는 정말 보기도 편하고 이해하기도 쉬웠습니다.
인상적이었던 건 외국인 관광객들의 모습이었어요. 과거 명동에서 시트 마스크를 한 아름 안고 가던 그들의 손에, 이제는 에이피알의 뷰티 디바이스 '에이지알'이 들려 있었습니다. 에이피알은 성수라는 무대에서 제품을 팔기보다는, 자신들의 브랜드 철학과 기술력을 보여주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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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스피드가 곧 생존이다
초단기 트렌드 대응: 핫한 성분 셀렉션
뷰티 트렌드의 수명이 정말 짧아졌어요. 어제까지만 해도 레티놀이 화제였다가, 오늘은 시카가, 내일은 PDRN이 틱톡을 장악합니다. 특정 성분이나 제형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순식간에 바이럴되고, 또 빠르게 잊혀지는 사이클이 반복되죠. 지금의 뷰티 시장은 ‘느리게 잘 만든 제품’만으로는 버티기 어렵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에이피알의 가장 큰 무기는 '속도'예요.
전통적인 대기업들이 기획-연구-품평-승인이라는 복잡한 내부 프로세스를 거치는 동안, 에이피알은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트렌드를 포착하고 즉각 제품화합니다. 의사결정 단계를 최소화한 덕분에 소비자가 원하는 '가장 핫한 성분'을 가장 빠른 타이밍에 시장에 내놓는 것이죠. 여기에 한국의 탄탄한 ODM 생태계가 한몫합니다. 자체 생산 시설 없이도 고품질 제품을 빠르게 만들어낼 수 있으니까요. 에이피알은 제조는 전문가에게 맡기고, 자신들은 시장을 읽고 브랜딩하고 마케팅하는 데 올인하는 전략을 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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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5개의 화살, 각기 다른 과녁을 뚫다
중·장기 브랜딩: 명확한 브랜드 포트폴리오
에이피알은 하나의 브랜드에 모든 것을 담으려 욕심내지 않았습니다. 5개의 핵심 브랜드로 타깃과 역할이 명확하게 나누어 시장을 공략합니다.
메디큐브 "피부 고민의 종착지"라는 슬로건 아래 고기능성 더마 케어에 집중합니다.
에이프릴스킨 트렌디한 감각과 확실한 비포&애프터를 원하는 젊은 층을 공략하죠. 포맨트 '여자가 좋아하는 남자의 향'이라는 명확한 서사로 남성 향수/뷰티 시장을 침투합니다. 글램디바이오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며 웰니스 영역까지 확장했습니다. 에이지알 홈케어의 한계를 넘는 뷰티 디바이스 전문 브랜드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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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뷰티의 판을 바꾸다
화장품과 디바이스의 결합: 게임 체인저
에이피알의 성장을 이야기할 때 뷰티 디바이스를 빼놓을 수는 없습니다. 메디큐브 에이지알은 누적 판매 500만 대를 넘기며, 디바이스가 ‘부가 상품’이 아니라 핵심 성장축이 될 수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화장품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려운 레드오션 시장에서, 에이피알은 기술과의 결합이라는 블루오션을 찾아낸 거예요. 화장품과 디바이스를 함께 쓰는 통합 솔루션을 제안하면서 객단가도 올리고 브랜드 이미지도 프리미엄하게 만들었습니다.
2018년 5천억 원이었던 국내 뷰티 디바이스 시장이 2030년엔 3조 4천억 원까지 커질 거라는 전망입니다. K-뷰티가 미래 먹거리로 디바이스를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에이피알은 이 흐름을 누구보다 빠르게, 그리고 집요하게 밀어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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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제조 원가보다 팬덤의 가치가 높다
과감한 마케팅 비용 투입: 30%의 광고비
에이피알의 전략 중 가장 파격적인 부분은 마케팅 비용 집행입니다. 매출액 대비 광고비와 판매수수료 비중이 30%를 상회하며, 때로는 심지어 어떤 기간에는 마케팅 비용이 제조 원가보다 높았다고 해요.
디지털 마케팅의 ROI(투자 대비 효율)를 극대화하기 위해 수만 명의 마이크로 인플루언서와 협업하고, 정밀한 알고리즘 타겟팅을 통해 고객의 구매 여정을 장악합니다. '좋은 제품은 언젠가 알려진다'는 고전적인 믿음 대신, '압도적인 노출이 브랜드 파워를 만든다'는 현대적 필승법을 택한 것입니다.
과감한 베팅의 결과는? 블랙 프라이데이 같은 주요 프로모션 때마다 역대 최고 실적을 경신하고, 전체 매출의 80%를 해외에서, 그중에서도 북미 시장에서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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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산업의 대륙 이동, '속도'와 '기술'이 이끄는 신세계
성수에서 만난 에이피알은 ‘요즘 잘나가는 브랜드’라기보다는, 요즘 시장이 요구하는 방식에 가장 잘 적응한 회사에 가까웠습니다.
과거 뷰티 산업에서 성공하려면 유명한 브랜드 이름, 연구소부터 유통까지 아우르는 수직 계열화, 그리고 백화점과 면세점을 장악한 막강한 오프라인 파워가 필요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완전히 다른 게임입니다. 디지털 마케팅의 복잡도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높아졌고, ODM 생태계 덕분에 제조 진입장벽은 극적으로 낮아졌죠. 이제는 크고 느린 공룡보다 작고 빠른 치타가 살아남는 시대예요.
실제 수치가 이를 증명합니다. 한국 화장품 수출액 중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2022년 55%에서 2024년 68.7%로 급증했어요. 아마존과 알리익스프레스는 아예 K-뷰티 전담 조직을 만들었고요. 글로벌 시장의 판도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겁니다.
과거 뷰티 산업의 성공 공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지금, 에이피알은 새로운 교과서를 쓰고 있는 중입니다. K-뷰티의 중심축 역시 조용히 이동하고 있습니다. 그 변화의 한복판에 에이피알이 서 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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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시사
산업/정책
- "2026 K-뷰티 트렌드 총망라" 1월 23일 새해 첫 'K-뷰티 B2B 프라이빗 엑스포'열린다.
- 중소벤처기업부, 2026년 상반기 중소기업 기술혁신 R&D에 223억원 지원. 1월 9일 참여기업 모집 공고. 수출지향형・K-뷰티・소셜벤처 등 70개사 선정.
- 화장품산업 첫 독립 육성법 추진. 혁신형 화장품기업 인증과 종합계획 수립을 통해 K-뷰티의 지속 성장을 뒷받침하겠다는 구상이에요.
- ‘수출 114억달러’ 역사 쓴 K-뷰티…“올해 질적 성장의 시험대” 외형 확대 이후 경쟁이 기술·브랜드·현지화 역량 등으로 세분화되고 있기 때문이에요.
- 친환경 뷰티를 실천하는 세상에서 가장 쉬운 방법. 답은,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지속가능한 소비를 가능하게 하는 리필.
- AI가 치료하면서 화장까지?…CES 휩쓴 'K-뷰티'의 진화. 뷰티에 더해진 인공지능이 피부에 맞는 색깔을 골라 화장품까지 만들어 줍니다.
- 2025년 뷰티섹터 스타트업 투자 결산: K-뷰티랠리 최후의 승자는? 작년 2월 상장한 에이피알과 올해 5월 상장한 달바글로벌이 그 주인공.
- 뷰티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짚은 2026 뷰티 트렌드. 글로우 스킨케어, 하이퀄리티 성분, 글라스 헤어, 웰니스, 개인화된 트렌드 등.
- 2026년을 주도할 웰니스 트렌드 6가지! 콘트라스트 테라피, AI와 고대 지혜의 만남, 호흡, 직장에서의 웰니스, 디지털 디톡스 등이에요.
- Cosmoprof India 2025를 통해 본 인도 시장 속 K-뷰티 이미지는? K-컬처 호기심에서 시작된 K-뷰티 관심이 프리미엄으로 인식되고 있어요.
- 프랑스, PFAS 함유 화장품 전면 금지…재고 처분 1년 유예. EU는 올해 안에 규제안이 마련될 예정이고 미국은 추가 입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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