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도 이제 '먹는 걸로 승부 본다'
[인-코스메틱스 코리아 2026 참관기]
"먹지 마세요, 피부에 양보하세요." 한 시절을 풍미했던 이 카피, 이제는 정정이 필요합니다. 업계는 결국 먹는 것과 바르는 것의 경계를 허물기로 한 모양이니까요. 7월 1일 코엑스에서 개막한 '인-코스메틱스 코리아 2026' 현장은 그 증거였습니다. 좋은 음식을 피부에 바르던 시절은 지났고, 이제는 식품과 바이오 과학이 손잡고 뷰티의 지도를 새로 그리는 '푸드 코스메틱 2.0'의 시대입니다. 인-코스메틱스 전시회에서 추출한 올해의 뷰티 키워드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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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트리코스메틱스
피부장벽 우회침투
아무리 좋은 성분도 피부 장벽 앞에서는 겸손해질 수밖에 없죠. 진피층까지 도달하는 데는 물리적 한계가 있으니까요. 업계가 택한 건 우회침투전략. 그동안 이너뷰티가 다이어트 젤리나 유산균처럼, 먹어서 건강하고 예뻐지자는 ‘감성적 영양제’였다면, 이번엔 철저히 과학적 효능과 성분에 기반한 ‘먹는 화장품'으로 바꿨습니다. 속에서부터 세포를 채우는 뉴트리코스메틱이 이번 전시회 세미나의 메인 무대를 압도했습니다.
이를 반영하듯 이번 전시회에서는 ‘이너뷰티 존’이 대폭 확대되었고 전문가 세션인 ‘이너뷰티 톡스(Inner Beauty Talks)’가 신설된 것이 가장 큰 특징이었습니다. 영국 비건소사이어티 세미나에서는 동물성 해양 콜라겐·젤라틴 중심이던 시장이 바이오테크 기반 식물성 포뮬러로 세대교체되는 흐름이 확인됐고요. 글로벌 인증 파트너인 스웨덴 'The Good Pill Co'를 비롯해 국내외 12개 제조·원료사가 부스를 열었어요. 흡수율을 높인 액상 제형, 혀에서 녹는 구강용해필름(ODF), 국내 자생 식물을 정밀 발효한 이너원료를 선보였습니다.
뷰티 브랜드 라인업에 뉴트리코스메틱이 필수 항목으로 들어갈 날, 얼마 남지 않은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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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업사이클링
버려지는 것들의 반전
올해 슈퍼엘니뇨가 온단 소식 들으셨죠? 기후변화가 무서운 이유 중 하나는 농산물 물가. 지속가능성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생존 조건입니다. 식품 폐기물이나 부산물에서 고부가가치 뷰티 원료를 추출하는 순환형 원료들이 부스 곳곳에서 빛을 발한 이유입니다.
일본의 딥테크 소재 기업 EF 폴리머는 오렌지, 바나나 등 버려지는 과일 껍질을 활용해 100% 천연 고흡성 폴리머(SAP)를 선보였는데, 기존 석유화학 점증제인 카보머의 자리를 위협할 만했습니다. SAP를 적용한 토너, 에멀전, 모델링팩 샘플을 직접 써보니 사용감도 준수했어요.
글로벌 기업들의 커피 업사이클링 경쟁도 뜨거웠습니다. 덴마크의 Kaffe Bueno는 커피 찌꺼기에서 액티브 오일을, 이탈리아의 세스 케미칼은 커피 원두를 로스팅할 때 버려지는 커피 실버스킨을 활용한 피부 보호 장벽 소재를 출품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국내 기업들의 활약 역시 대단했습니다. 엑티브온은 발효 쌀겨와 함께, 술지게미와 당밀을 조합하여 만든 'Wamino-BonBon'을 소개했고, 대봉엘에스는 못난이 연근에서 추출한 식물성 뮤신, 전남 고흥산 유자를 가공한 후 남은 씨앗으로 만든 유자씨 오일 등 다채로운 업사이클링 라인업을 선보였습니다.
이처럼 버려지는 농업·식품 부산물은 단순한 ‘환경 보호’ 콘셉트를 넘어, 독창적인 스토리텔링은 물론 식품 속 효능 성분을 피부에 그대로 전달하는 ‘검증된 유효성 데이터’까지 완벽히 갖춘 실전형 핵심 경쟁력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업사이클링! 재료도 살리고, 기후 위기로 힘겨운 지구의 부담도 줄여주는 가장 바르고 아름다운 방향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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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테크
데이터로 입증하라 입증하라
‘좋은 추출물 듬뿍 넣었어요’라는 말, 이제 설득력이 없습니다. 이번 전시의 핵심은 바이오테크- 미생물 공학, 정밀 발효, 조류(Algae) 기반 바이오 기술을 결합한 유효 성분의 효능 극대화 기술을 데이터로 증명하는 것이었습니다.
바이오 제조 전문 기업 Viablife는 100% 바이오 발효 공정으로 독성 없는 초순수 나이아신아마이드를 선보였고, 세계 최대 히알루론산 생산기업 블루메이지 역시 합성생물학·발효·효소분해 기술을 앞세워 존재감을 드러냈는데요, 살리실산과 히알루론산을 분자 단위로 공유 결합시킨 신원료 Hymagic™-SAHA와 Hybloom™ Aurora를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하며 저자극 피부 재생·리서페이싱이라는 구체적 효능 데이터로 과학적 신뢰도를 꽉 잡았습니다. 신승하이켐 역시 인체 유사 콜라겐·엘라스틴·엑소좀 등 생체모방 소재를 대거 선보이며, 동물성 원료에 대한 우려를 해소한 비건 처방 PDRN까지 함께 공개해 지속가능성과 과학적 효능을 동시에 챙긴 포트폴리오로 눈길을 끌었습니다.
또한, 선진뷰티사이언스는 글로벌 규제 환경 변화에 발맞춰 미세플라스틱을 원천 차단하는 무기 자외선 차단제용 '마이크로플라스틱 프리 실리카 비드' 기술을 선보였습니다.
현장에서 느낀 가장 큰 변화는 원료사들이 이 어려운 과학 기술을 다루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이었습니다. 긴 설명은 없어졌습니다. 안전성과 효능 테스트 자료는 기본. 유기농 COSMOS, 비건 인증은 물론, 글로벌 유통 채널의 엄격한 클린뷰티 기준에 문제없다는 뜻으로 'OK 세포라 리스트', 'OK 크레도 리스트'와 같은 문구를 내세워 직관적으로 안전성과 효능을 증명하는 것이 대세였습니다. 어려운 R&D 데이터를 소비자 언어로 쉽고 친절하게 풀어내는 커뮤니케이션이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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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 식품 소재
이런 것까지?
식탁 위 흔한 재료가 최첨단 포뮬러를 만나 고기능성 스킨케어 원료로 재탄생하는 광경, 푸드 코스메틱의 스펙트럼이 얼마나 넓어질 수 있는지 보여줬어요. 참관객들의 호기심과 영감을 강하게 자극하는 이색적인 식품 기반 원료들도 전시장의 큰 활력소였습니다.
일본의 트라이뷰티 부스에서는 고추냉이 성분을 활용해 두피와 피부를 케어하는 Wasabi Flavone, 콩눈 추출물로 리프팅 효과를 내는 Soymine, 파인애플 부산물을 업사이클링한 자외선 차단용 Pineapple Ceramide 등을 선보이며 푸드 코스메틱의 무한한 스펙트럼을 보여주었습니다. 국내 원료기업인 바이오스펙트럼은 제주 고소리술 술지게미를 포함하여 풋귤, 톳, 녹차, 당근, 청보리 등 다양한 제주의 특산 식품을 활용한 원료를 선보였습니다.
식탁 위의 흔한 재료들이 최첨단 바이오 포뮬러 기술과 만나, 기존 화학 성분들을 대체하는 고기능성 스킨케어 원료로 당당히 자리 잡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흥미진진한 무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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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안전하게, 더 깊숙이
푸드의 친숙함과 친환경성, 뷰티의 본질인 아름다움, 그리고 이를 잇는 과학 기술. 이 삼박자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입니다. 뉴트리코스메틱과 푸드 업사이클링, 이를 연결하는 바이오 과학이 함께 그려낼 K-뷰티의 다음 장이 궁금해지는 참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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