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유통의 새로운 가능성, 오프뷰티
보라색 박스형 진열대가 촘촘히 들어선 창고 안. 롬앤 틴트를 고르는 20대부터 설화수를 들여다보는 50대까지, 다양한 손님들이 분주하게 매장을 누비고 있어요. 여기는 광장시장의 한편에 자리한 오프뷰티. 빈대떡과 마약김밥으로 유명한 그 광장시장에, 최대 90% 할인된 화장품을 만날 수 있는 뷰티 아울렛이 있다니. 호기심에 이끌려 지난 주말, 그곳을 직접 찾아가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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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시장점, 198m²의 보라색 신세계
매장 앞에 갔을 때 첫인상은 ‘보랏빛 큐레이션’. 벽면이나 박스, 간판 등 곳곳에 바이올렛 계열 톤이 배치되어 있었고, 공장형 트랙 조명 아래 철제 선반과 박스 적층 구조, 창고 느낌이 강한 레이아웃이었어요. 코스트코와 화장품 전문점을 합쳐 놓은 듯한 분위기. 고급스럽진 않지만, 그래서 더 정직해 보이는 느낌.
매장은 구역별로 나뉘어 있어요. 앞쪽으로는 할인율이 큰 기획제품들이 박스에 담겨 있어요. 벽을 따라서 스킨케어 존, 색조화장품 존, 향수, 럭셔리, tool 존 등이 있어요. 각 제품 밑에는 할인율과 가격이 큼직하게 표시되어 있어요. 럭셔리존엔 미국 Macy 백화점에서 납품받은 정품들이 진열되어 있어요. 샤넬 등 해외 명품 브랜드도 있어요. 매장 한쪽에는 1+1 프로모션과 90% 할인 태그가 붙은 유통기한 임박 제품 코너가 따로 마련돼 있어요. 화장품 이외에 식음료, 과자 종류와 건강기능식품 또는 보충제 구역도 따로 있어요. 계산대 쪽엔 ‘Tax Refund 안내’ 팻말이 걸려 있었고, 외국인 고객을 위한 안내용 언어 혹은 영문 안내가 눈에 띄어 외국인이 많이 찾는 곳이라는 걸 알 수 있었죠.
매장에서 만날 수 있는 브랜드는 다양했어요. 설화수 같은 고가 브랜드부터 롬앤, 데이지크, 누즈, 키르시 같은 젊은 층이 선호하는 색조 브랜드, JM솔루션, 닥터지 같은 잘 알려진 브랜드, 그리고 텐제로 같은 신생 브랜드까지. 중저가부터 프리미엄까지 폭넓은 가격대의 제품을 취급하며 다양한 소비자층을 공략하고 있었어요.
매장은 생각보다 북적였어요. 고객들의 층도 매우 다양했어요. 전 계층이 다 모인 듯. 장바구니에 가득 득템을 한 20대 여성, 대충 구경중인 3대 가족들, 좌표 찍고 온 것 같은 30대 커플은 뭔가를 꼭 사고 싶다는 열망과 뭘 사야 할지 모르겠는 혼돈을 오가고 있었어요. 대화 언어로 유추할 수 있는 외국 관광객들의 고향도 꽤나 다양해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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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뷰티, 뷰티 업계의 팩토리 아울렛을 꿈꾸다
오프뷰티는 대명화학의 계열사 큐앤드비인터내셔날이 운영하는 국내 최초 도심형 뷰티 아울렛이에요. 지난 5월 광장시장 1호점을 시작으로 망원동, 인사동, 안암동 등 서울 주요 지역에 잇따라 문을 열었어요. 이곳의 핵심은 ‘직매입 + 창고형 매장’. 전통적인 중간 유통 단계를 거치지 않고, 브랜드나 제조사로부터 직접 물건을 대량 확보한 뒤 창고형으로 보관하고, 이를 할인가 위주로 판매하는 방식.
상품 구성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뉘어요.
- 해외 명품 및 인기 브랜드 제품 (이른바 ‘STAR’ 제품)
- 과잉 재고 혹은 유통기한 임박 제품
- 오프뷰티 기획 제품 (PB 혹은 재해석된 라인)
- F&B, 건강 관련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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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고를 줄이고, 낭비를 막는 지속가능한 유통 모델
광장시장점이 1호라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오프뷰티가 내세우는 지향점은 분명해요. ‘저렴한 가격’. 하지만 오프뷰티의 비즈니스 모델은 단순히 싸게 파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녀요. 바로 뷰티 업계의 오랜 숙제, '재고'를 해결하는 방식이기 때문. 매장에 진열된 대부분의 제품은 패키지 리뉴얼, 생산량 조절, 유통 채널 조정 등으로 발생한 다양한 재고들. 매장 직원에 따르면 유통기한 임박 제품은 전체의 약 30%에 불과하며, 대부분은 유통기한이 넉넉한 상품들이라고.
화장품 산업에서 재고는 곧 손실이자 환경 부담으로 이어져요. 팔리지 않은 제품들은 결국 폐기되고, 그 과정에서 자원 낭비와 환경 오염이 발생하니까요. 오프뷰티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에 실질적인 해법을 제시한다고 볼 수 있어요. 브랜드사는 재고 부담을 덜고, 마케팅 역량이 부족한 중소 브랜드는 소비자 접점을 넓히는 기회를 얻는 거죠. 소비자는 합리적인 가격에 양질의 제품을 구매할 수 있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버려질 뻔한 제품들이 다시 소비자의 손으로 돌아가면서 불필요한 폐기가 줄어든다는 점.
또한, 오프뷰티는 매장 자체적으로도 유통 낭비를 줄일 수 있는 구조예요. 창고형, 미니멀한 인테리어, 최소한의 물류 시스템, 점포가 곧 창고 역할을 한다는 유기적 선택- 이런 요소들은 유통비용, 운송비, 포장비 등을 줄이는 효과가 있어요.
지속가능성은 바로 이런 순환으로도 이루어져요.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기 전에, 이미 만들어진 것을 제대로 소비하는 것. 오프뷰티의 모델은 '덜 버리는 소비'가 어떻게 가능한지 보여주는 구체적인 사례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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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뷰티 앞에 놓인 과제
물론 완벽한 시스템은 아니에요. 재고 소진형 아울렛 전략은 과거 많은 유통 기업들이 도전했다가 실패한 영역이기도 하니까.
할인 안 되는 브랜드의 진입 제약이나 가격 비교 투명성 문제 등도 아직 해결되어야 해요. 생소한 브랜드들이 많아 제시된 할인가가 실제로 얼마나 저렴한지 판단하기 어렵기도 했어요. 트렌드를 반영하지 못한 재고는 결국 '싸도 안 사는' 제품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오프뷰티가 풀어야 할 숙제로 보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밝은 미래
합리적 소비를 넘어 환경적 책임까지 고려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지금, 오프뷰티의 시도는 분명 의미 있는 실험임에 분명합니다. 오프뷰티가 던지는 질문은 명확해요. 재고는 과연 손실일 뿐일까? 버려질 제품을 다시 소비자에게 연결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일 아닐까? 보라색 진열대 사이를 걸으며, 조금 더 현명한 쇼핑을 고민하게 됐어요. 새것만 찾기보다 이미 존재하는 것들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것. 그것이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작지만 가장 확실한 지속가능성이 아닐까 하고 말이죠.
광장시장에 들른다면, 빈대떡만 먹고 가지 말기로 해요. 오프뷰티에 들러 보라색 우주를 한 바퀴 둘러보는 것도 나쁘지 않으니까요. 그곳에서 당신은 합리적인 가격표를 넘어, 조금 더 나은 소비의 방향을 발견할지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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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시사
산업/정책
- 유럽 포장규제에… 친환경 패키징 입히는 K뷰티. 국내사들은 제조자체기준을 도입하고 종이 튜브·파우치 등을 적극 개발하고 있어요.
- EU, PFAS 규제 강화. 파운데이션·립스틱·마스카라 등 대체재 시급
- 뷰티 제품 구매 실태조사, 향후 주목하는 K-뷰티 트렌드는? 가격보다 안전성과 품질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졌어요.
- "K-뷰티+비건파워, 지구가 예뻐진다" 미린 루이스 영국 비건소사이어티 책임자가 방한해 세미나를 가졌어요.
- '2025 코스메 위크 오사카'서 K-패키지 기술력 입증, 럭스팩코리아. 비타세이프캡, 이중 원터치캡 등 차별화된 기술로 큰 관심을 받았어요.
- ‘얼루어 베스트 오브 뷰티’ 스킨케어 수상작에 나타난 핵심 성분 9가지는? PDRN, 펩타이드, 시카, 트라넥삼산, 아줄렌 등이에요.
- 음료에 이어 스킨케어에도 ‘전해질’ 열풍. 웰니스 서플라이먼트 성분을 반영한 뷰티 제품들이 줄이어 등장하는 중.
- 미국 기초화장품 시장동향, 주요 트렌드는 혁신 기술, 지속가능성 및 클린뷰티, 소셜미디어의 영향력 증대
- 아마존이 지목한 K-뷰티의 다음 시장… 호주·브라질·멕시코. 호주는 높은 소비력이, 브라질·멕시코는 높은 이커머스 성장률이 강점.
- 인도 뷰티 전시회, 글로벌 협력의 장으로 부상. 인도 기업들은 한국 화장품의 혁신성과 현지 적합성에 주목했어요.
- 따라하고 싶은 고현정 뷰티 습관 5가지. 손 위생을 지키는 기본기부터, 수분 관리, 식단, 릴렉스 루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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